(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팀이 완승한 경기에서도 출전하지 못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홀로 '조기 퇴근'했다.
지난 8월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한 차례 이탈해 에릭 텐하흐 감독에게 경고를 받았는데도 또 돌발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20일(한국시간) 홈인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를 맞아 2-0 완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19개 슈팅을 몰아치며 압도한 맨유는 후반 2분 중앙 미드필더 프레드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프레드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벤 데이비스의 발에 맞고 굴절돼 결승골로 이어졌다.
후반 24분 브루누 페르난드스가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프레드의 슈팅이 에릭 다이어를 맞고 튀어나오자 페르난드스가 오른발로 강하게 차 골대 상단 구석을 찔렀다.
이후에도 줄곧 공세 수위를 줄이지 않은 맨유는 총 슈팅 수 28-9로 압도하며 경기 내내 토트넘을 찍어눌렀다.
카세미루와 프레드가 중원을 장악한 가운데 2선 자원 페르난드스, 제이든 산초, 안토니가 활발히 공격을 주도한 결과였다.
원톱으로 출전한 마커스 래시퍼드도 슈팅 4개를 기록하며 팀의 공격에 힘을 더했다.
이런 압도적인 경기에도 텐하흐 감독은 끝내 호날두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직 교체 횟수가 남아 있던 후반 45분 호날두는 돌출 행동을 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갑자기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주저 없이 선수들이 이동하는 경기장 터널로 걸어가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텐하흐 감독은 경기 후 호날두의 행동을 놓고 "떠난다고 내게 말한 적 없다"며 "내일 해결하겠다"고 짧게 언급했다.
호날두가 맨유에 합류한 보여준 '조기 퇴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라요 바예카노(스페인)와 프리시즌 경기 중 전반만 뛰고 후반 벤치를 지킨 호날두는 종료 10분 전 경기장을 떠났다.
당시 텐하흐 감독은 네덜란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는 모두에게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한 팀이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며 분노한 바 있다.
호날두는 최근 주전 경쟁에서 밀린 모양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나서는 팀으로 가겠다며 이적 소동을 벌여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출전한 경기에서도 시원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리그 8경기에서 단 한 골만 기록 중이며, UEFA 유로파리그 4경기에서도 골은 하나뿐이다.
출전 기회를 둘러싸고 텐하흐 감독과 신경전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직전 라운드 경기에서 2개월가량 만에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후반 27분 래시퍼드와 교체됐다. 맨유는 득점 없이 비겼다.
호날두는 굳은 표정으로 벤치로 들어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텐하흐 감독은 토트넘전 하루 전에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교체되면 어느 선수라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호날두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만을 드러내는 방식이) 조용하고 일반적이라면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