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택근 "저보다 우승 원하는 선수는 없을 겁니다"
1년 공백기 이겨내고 개막전 5번 타자로 낙점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이택근(40)은 손혁 감독이 자신을 개막전 5번 타자로 낙점했다는 말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지난해 타점왕 제리 샌즈가 떠난 5번을 누가 맡느냐는 키움의 올 시즌 최대 화두 중 하나다.
리그 최고의 거포인 4번 박병호의 뒤를 받치는 자리로, 팀 공격의 중추가 될 5번에 손 감독은 이택근에게 가장 먼저 기회를 줬다.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이택근은 손 감독의 개막전 라인업 구상을 들려주자 반신반의하더니 들릴락 말락 작은 목소리로 "감사한 일이네요"라고 말했다.
히어로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택근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1군에서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과거 팀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이택근은 다시 일어섰다.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연습경기에서 앞섰고, 그 결과 5번의 주인공이 됐다.
이택근은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 타순에 대한 부담감은 어릴 때보다 덜하다"며 "상황마다, 이닝마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택근은 "1년 동안 1군에서 뛰지 못했고, 올 시즌은 무관중으로 경기하기 때문에 개막전이 여러 가지 면에서 생소할 것 같다"며 "하지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만 40세의 이택근은 1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땀을 흘렸다.
이택근은 뒤에서 자신을 도와준 많은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 잘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 시즌,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그의 열정이 향하는 곳은 팀의 창단 첫 우승이다.
그는 "저보다 우승을 갈망하는 선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뒤 "물론 누구나 우승 열망이 있겠지만 내가 그중에서 제일 클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원하는 우승이다. 우승할만한 전력도 갖춰졌다고 믿는다.
그는 "지난해 어린 선수들이 큰 경기를 많이 경험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최고의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손 감독님이 사령탑으로 오셔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지웠다. 지난해 5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이택근은 90%가 삭감된 5천만원에 2020시즌 연봉 계약을 했다. 말 그대로 백의종군이다.
이택근에게 야구 외적인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그냥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뭘 어떻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열심히 하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 우리 팀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느낌"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택근은 "(김)상수, (박)병호, (오)주원, (이)지영이가 알게 모르게 잘 챙겨준다. 내가 경상도 남자라서 말은 못 하지만 대견하고 고맙다. 감독님과 코치님도 말이나 행동으로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히어로즈는 내게 직장이라기보다는 집 같은 곳"이라며 "선수들도 동료라기보다는 식구 같다"고 팀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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