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포착] 한국프로야구 개막전 시구하는 전두환
정권이 우민화 정책으로 시작해 최고 인기 스포츠로 발전
(서울=연합뉴스) = 1982년 3월 27일 오후 서울운동장(동대문구장). 당시 대통령 전두환이 글러브를 끼고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다. 그는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시구에 나섰다. 사진에 보이지 않지만 검정 구두도 신었다. 전두환은 한국프로야구 첫 시구자였다.
첫 번째 사진은 한국프로야구가 태동한 날의 모습이다. 2005년 5월 22일 MBC TV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을 다루며 나온 장면이다.
3S는 섹스(Sex),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이 정책은 독재정권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즐겨 쓰는 방식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정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당시 야구, 축구, 씨름 등 각종 스포츠의 프로화를 추진했다.
어쨌든 이날 개막식에는 온 국민의 눈길이 쏠렸다. 야구는 1970년대에 고교야구 전성시대가 꽃을 피우며 저변이 크게 확대됐고, 그 열기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MBC 청룡(서울), 삼미 슈퍼스타즈(경기·강원), OB 베어스(충청), 해태 타이거즈(전라), 삼성 라이온즈(경북), 롯데 자이언츠(경남) 등 각 구단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서울운동장에 모여 선서하며 역사적인 한국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렸다.
3만여 관중이 구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화려한 오프닝 쇼와 개막식이 열렸고, 홈팀 MBC 청룡과 원정팀 삼성 라이온즈가 첫 대결을 펼쳤다.
개막 경기는 막강 전력을 갖춘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MBC가 연장 10회 말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에서는 역사에 남을 기록이 풍성하게 쏟아졌다. 삼성 이만수는 제1호 안타·홈런·타점을 기록했고, MBC 이종도는 만루홈런으로 팀의 첫 승리를 이끌었다. 몸에 맞는 볼, 에러와 병살타, 보크도 나왔다. 첫 탈삼진을 기록한 유종겸은 승리투수가 됐고, 삼성 이선희는 끝내기 홈런을 맞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출범 당시 전체 프로야구 선수는 141명에 불과했다. 해태가 가장 적은 21명, 가장 많은 MBC와 삼미도 26명이 전부였다. 지난해 KBO에 등록된 선수는 556명이었다. 당시 팀당 경기 수는 현재 144게임에 비하면 훨씬 적은 80게임이었다.
정권의 정치적인 목적과 관계없이 프로야구는 출범 첫해 경기당 평균 관중 5천995명, 총 누적관중 143만8천768명으로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지난 시즌 총 누적 관중은 전년보다 10% 줄어든 728만6천8명이었지만 원년에 비하면 5배 이상이나 많았다.
오늘(28일)은 원래 2020시즌 프로야구 개막일이다. 하지만 팬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 선수들이 치고, 달리고, 던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조금 늦어질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은 일단 4월 20일 이후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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